서울복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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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나무 /정명순
포대기에 간난쟁이를 들쳐업고
노점상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그 아이가 벌써 열
여섯 살이라는 아줌마,
지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었단다
더위에 지쳐 잠든 아이의 얼굴
허리춤에 간신히 매달려 징징거리던
코
허기에 지쳐 치열하게 파고들던 가슴팍
카메라는 멋진 한 컷을 발견한 듯
조리개를 있는 대로 벌려댔다고 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부끄러워 둘러싼
수건을, 꼬깃꼬깃한
돈을 침 발라 세는 모습을, 철커덕 철커덕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한다
업어
키운 아기 다 자라
이젠 시집갈 나이 되어 가는데
유달산 모롱이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아줌마, 이젠 깊게 패인
주름도
카메라 앞에서 한 몫 한단다
번데기 번데기 번데기
주름진 목소리에 발걸음 채이며
탁 탁 내려오는 길,
나무
한 그루를 에워싸고
뭇 남자들이 킥킥거린다
번데기 파는 아줌마를 꼭 닮은
깡마른 나무 한 그루,
더 이상 잃을게 뭐
있냐는 듯이
두 다리 쩍 벌리고
목포항을 찾아든 남자들의 허기를
실실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