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 탁류(濁流) 본문
탁류(濁流) /정명순
강경 포구로 가는 길
잃어버린 기억 한 조각을 발견한 듯
낯익은 자동차를 무작정 쫓아갔다
이미 잊어버린 전화번호처럼
가물가물한 차량번호, 차창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뒷모습은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더욱 빠르게 달아났고
좁혀질 줄 모르는 거리는
팽팽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뜨겁게 안아버렸던 그 날,
잠시 그를 잡아주었던 가로등처럼
붉은 신호가 앞을 가로막았다
가까워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앞차는 멈추지 않고
달아나 버렸다 신호를 위반한 채
난 또다시 허우적거리며
급브레이크를 잡고 말았다
홀로 흘러온 긴 시간, 아직도
앙금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흔들리는 금강은
오래오래 붉은 노을에 젖어있었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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