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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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빈집
정명순
양철지붕을 얹은 까닭은
외로움 때문이었으리라
굳이 담장을 두르지 않은 까닭은
아마도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그 집의 담장은 꽃 무리였다
채송화 수선화 백일홍 과꽃
잡풀조차 화초처럼 자라던 마당은
명절처럼 늘 북적거렸다
어쩌다 봄비라도 내려
작은 마당으로 하늘이 내려오면
구름이 바람이 따라 오고
지붕은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그 집의 기둥은 목련이었다
지붕보다 훨씬 키가 컸던 목련은
대문 없는 입구를 지키고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청마루엔 흔한 유리문조차 없어
뒤란 삭은 장독이 훤히 보이는,
간간이 굴뚝으로 연기가 오르고
해가 지면 바다 위 부표처럼
조그만 불빛이 뜨던 작은 집,
언제부터인가
마당에 빨래가 걸리지 않는다
바람은 어쩔 줄 몰라 서성서성
문고리를 흔들어대고
목련은 굵은 꽃잎을
뚝,뚝, 떨구고 있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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