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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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행
정명순
그리움이니 아쉬움이니
절절하게 조여오는 숨결이니
모든 허황한 단어는 빼내기로 한다
그저 겨울 들녘에 서있는 전신주처럼
차갑게, 떨림도 감추기로 한다
단 한 번 보았던
개기 월식
혼자서는 빛을 내 본 적이 없는 달은
해의 먼 배경이었다
가까이 다가설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별자리에 묶여
주위를 서성일 뿐
길은 항상 빗나갔다
달은 가끔씩
제 몸에 던져진 빛만으로도
하얗게 웃곤 했다
점점 해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달은
온전하게 태양의 품속으로 들어가
모든 걸 까맣게 태워버렸다
아득한 거리에서
차갑기만 했던 그 빛으로
태양은 달을 뜨겁게 감싸안았다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달
다음에는 오지 않을
거리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슬픔이란 단어도 이제부터 접기 시작했다
두 눈앞에 개기월식이 펼쳐졌다
--그냥 보았어요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솔잎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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