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 반환점 본문
반환점 /정명순
반환점을 돌아
한 발짝 내밀었다
현기증이 난다 정신 없이 달려가
삼백육십도를 돌아오는 첫 걸음,
휘청거리며 중심이 무너진다
이제 돌아갈 길만 남았다 사십 구비를
달려온 길 자유라는 것은 언제나
새장 안의 손바닥만한 여지였을 뿐,
어쩌면 자유란 처음부터 없었다
주어진 조건 속의 모르모트처럼
나를 이끌어 온 것은 언제나 상황이었다
평균수명이 팔십이란다
반환점을 돌고 보니
삐딱한 발자국이 진하게 남아
돌부리처럼 채인다 얼룩진 눈물자국이
잠시 발목을 붙잡고 매달린다
남들만큼 산다면 앞으로 사십은 살겠지
자궁 속 같은 처음이 아득히 어둡다
내가 남긴 흔적들 하나 둘 고르며
처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하행선 기차가 달리고 있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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