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 일방통행 본문
일방통행
-견훤왕릉에서
정명순
일방통행도로에서 무한정
돌아오기를 기다린 적이 있다
떠나는 것이 너를 위한 것이라는
변명을 남기고 너무 멀리 왔다
질긴 욕망의 매듭 어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네 마음을
차갑게 베어내고 도망쳐오는 길에
진눈깨비 몇 낱 소리 없이 나부꼈다
이젠, 죽어서도 가지 못할 길
마음뿐인 목만 길게 늘이며
나의 모든 촉수는 너를 향한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그 곳
수그러들지 않는 향수는
먼 먼 산 너머 안개로 깊어지고
흰 머리카락 간간이 날리며
미처 박히지 못한 못처럼 벤치에 앉은
노인의 눈길이 산을 넘고 있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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