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드라이플라워 본문
드라이플라워/정명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급한 김에 한 할머니가 모퉁이에 앉아 주섬주섬 속옷을 내리는데 홀로된 시간만큼 겹겹이 입은 옷들이 녹슨 돌쩌귀처럼 버걱버걱 내려가더라 치마를 말아 올려 겨드랑이에 끼고 속바지를 말아 내리는데 숨이 다 차 오르는 거라 드디어 가장 은밀한 곳에 감추어진 할머니의 속곳이 드러나는데 누렇게 바랜 꽃밭에 아직도 지지 못한 꽃 몇 송이송이 피어있더라 해바라기 아닌 꽃이 있으랴마는 햇볕 한 올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꼿꼿하게 모가지 세우고 누렁누렁 검은 버섯 핀 꽃잎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듯 아슬아슬 하더라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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