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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마음의창

[스크랩] [정명순] 삼초

충청복지신문 2006. 6. 18. 01:50

삼초

정명순

 

 

요란스런 예초기 소리가

풀을 베고 있다

조근조근 낫을 들이댈 수조차 없이

잡초넝쿨 우거진 아버지의 무덤

미안해요, 한 마디에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던

그 날처럼, 아버지는 침묵으로

용서해 주실까

 

얼키설키 병病을 휘감고

마른 장작처럼 침대 위해 놓여있던

아버지,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바리깡으로 밀면

하얀 소름이 돋았는데

 

예초기가 지난 자리에

까끌까끌하던 아버지의 머리가

동그마니 드러난다

흰머리가 더 많아 손도 대지 못하던

마지막 모습처럼

봉분에는 잡초뿐이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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