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 삼초 본문
삼초
정명순
요란스런 예초기 소리가
풀을 베고 있다
조근조근 낫을 들이댈 수조차 없이
잡초넝쿨 우거진 아버지의 무덤
미안해요, 한 마디에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던
그 날처럼, 아버지는 침묵으로
용서해 주실까
얼키설키 병病을 휘감고
마른 장작처럼 침대 위해 놓여있던
아버지,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바리깡으로 밀면
하얀 소름이 돋았는데
예초기가 지난 자리에
까끌까끌하던 아버지의 머리가
동그마니 드러난다
흰머리가 더 많아 손도 대지 못하던
마지막 모습처럼
봉분에는 잡초뿐이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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