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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복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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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마음의창

[스크랩] [정명순] 바이러스

충청복지신문 2006. 6. 18. 01:51

바이러스/정명순

 


어느 해 여름, 폭염 속에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모세 혈관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영역을 넓혔다
몸 안에 자리를 잡은 그는
사지를 무력화시키더니 급기야
뇌에까지 치명상을 입혔다
다른 모든 기억을 지웠다 사소한
하루의 일상은 이미 내 것이 아닌 채
오직 그만이 유일한 존재로 남아
통째로 끓여대고 있었다 그 여름,
그렇게 착한 노예가 되었다 그의
이름만을 불렀다 찬바람이 불고……

 

얼마나 지났을까
감기 기운이 고개를 내미는
가슴 시린 계절이 오면, 가시처럼
독감 예방 주사를 가슴 깊숙이 박는다
주춤, 사랑이 뒤로 물러선다

 

 

2005년 11월 29일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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