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 황태 본문
황태/정명순
펄펄 끓는 황태 국이 시원한 것은
눈보라가 숨어있기 때문이지
수십 고개를 구비 쳐 올라오며
서릿발이 선 옹골진 바람이라야
비로소 황태의 몸 속으로 스밀 수 있지
악, 소리도 못 내고
아가리 꿰인 채 매달려
바닷물에 쓰린 기억
차마 잊혀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심지 한 가닥은 지켜야
어느 젯상에 올라 한 잔 술이라도 받지
담금질 뒤의 찬바람, 또 담금질
뼈가 살에 늘어 붙으며
수분이 빠져나가는 옥조임으로
처절히 몸을 말린 뒤라야
훗날, 잊고 싶지 않은 이들의 눈물이 배어들어
뼈와 살에 핏기가 다시 돌아오지
그리하여 오래오래 묵은 맛으로
한 잔 하고픈 모든 가난에 쓰린 속을
시원히 쓸어내 주는 거지
- [포에지 충남] 2005 창간호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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