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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명순] 짐을 챙기며

충청복지신문 2005. 7. 3. 01:11

짐을 챙기며 /정명순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들이
(한 때는 그로 인해 잠 못 이루었던)
구석구석 쌓인 채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손길 한 번 닿지도 않았는데
세월처럼 닳아버린 물건들

 

하나 둘 버리기 시작했다
버린다고 생각하니 순간, 모든 것은
쓰레기가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쓰레기더미 속에서 산 셈이다
소중하게 지녀 온 것들이 결국은
한 순간에 버려질 것이었다

 

짐을 챙기며 알았다
산다는 것은
쓰레기를 늘려 가는 것임을
떠난다는 것은 결국 훌훌
버리고 가는 것임을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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