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사랑에 대한 책임 본문
입추가 지나서 그런지 아침 저녁으로 한더위는 덜한 것 같다. 지나친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습기가 많아 후덕지근한 서울의 한여름은 어디론가 피서를 떠나고 싶게 만들지, 일을 열심히 하게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주 더울 때는 추운 지방에 가 있고, 서울이 매우 추울 때는 더운 지방에 가 있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부질 없는 욕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무더위와 강추위를 견뎌야 정말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사건을 통해 사랑의 어두운 측면을 많이 보았다. 적지 않은 이혼상담사례와 가정법원사건, 그리고 남녀간의 애정의 갈등 때문에 벌어지는 형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애정의 좌표를 다시 찾아보았다. 그건 모순이고 갈등이었다. 사랑했기 때문에 원수가 되고, 쉽게 헤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가 눈물을 흘리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웠다.
사랑이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고 더 나아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시와 행동을 말한다. 그래서 함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신성한 약속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랑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는 나중에 커다란 화가 되어 자신을 향해 돌아오고, 평생 괴롭히게 된다. 그게 사랑의 본성이다.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가 있다. 자신의 마음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까지 함께 끌어들여 움직이는 것이며, 두 사람의 영혼을 이끄는 자석이다. 그래서 무서운 힘을 가진다. 마음이 합쳐지면 못할 일이 없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두 사람이 합심(合心)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도 둘이 있으면 무인도에 가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게 사랑의 위대한 힘이다.
맨 처음 사랑의 의미도 모르면서 그냥 일시적으로 호감이 느껴진 상태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다. 그때는 그냥 좋아서 사랑한다고 했던 것이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한다. 특히 사랑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습관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경험이 적은 상대방은 그 말을 믿고 그에 모든 것을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신의 일생을 거기에 맞춰 조정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서로가 변한다는 것이다. 예뻤던 미모가 나이들면서 사라지고, 건강했던 모습이 병들고 늙어가면서 달라진다. 사회적으로 능력 있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부침(浮沈)을 계속한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니었던 사람이 피나는 노력으로 훌륭하게 되기도 하고, 출발 당시에는 괜찮았던 사람들도 방탕한 생활을 하다 보면 황폐하게 된다. 이럴 때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
상대방의 이런 모습에 실망해서 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 볼 때 자꾸 단점만 보이고, 비인간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것이다. 참고 살아야 하는데,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도 한계가 있다. 힘이 들고 고민이 계속 된다.
그래서 사랑했던 사람들이 욕설도 하게 되고, 폭행도 하게 된다. 심지어 살인도 하는 경우가 있다. 정이 떨어져 서로 원수처럼 되고, 한 집에 동거를 해도 꼴이 보기 싫어 밥도 같이 안 먹는 경우가 있다. 이혼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이혼도 하지 못한다. 이혼소송도 1년씩 걸려 그 과정에서 지옥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사랑을 하려면 사랑이 무언지 확인하라. 무턱대고 좋게 느껴지는 감정만 가지고 사랑한다고 선뜻 말하지 말라. 나중에 책임을 져야 한다. 평생 죽을 때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라. 그리고 일단 사랑했으면 책임을 져라. 그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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