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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마음의창

[스크랩] 사랑의 길을 묻는 나그네

충청복지신문 2005. 9. 12. 14:32

                                            사랑의 길을 묻는 나그네

 

 

 

                                                                                                          가을사랑

 

 

 

아침 8시 북한산 산행을 시작했다. 구름이 많아 해는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산에 가면 산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산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신령한 기운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뭇잎들도 파릇파릇한 것이 싱싱하다. 낮에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새벽 이슬을 맞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구기동 매표소를 지나 대남문으로 향했다. 몇 군데의 다리를 지나 많은 돌을 밟으며 계단을 오른다. 중간에 한번만 쉬고 대남문까지 올라갔다.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꽤나 힘들게 올라갔는데 어떤 사람은 내려오면서 1시간에 주파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체력에 차이가 그렇게 나는 것이다. 연수원 동기 한 사람을 만났다. 오랫만이었다. 돌아다니다 보면 세상이 좁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넓기도 하다.

 

산행을 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느냐? 비봉 가는 길은 어디냐? 등산로가 험한가? 등등. 대답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친절하게 말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답변이 자신의 주관적인 지식과 경험, 관점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이다. 듣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대충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답변은 사실 듣기 어렵다. 그러려니 하고 묻고 들어야 한다.

 

나무들은 아주 담담하게 서 있었다. 가끔 바람에 흔들거리는 일 이외에는 조용히 있다. 생명수와 같은 비를 맞는 일은 중요하다. 낙엽이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일, 눈 속에 쌓여 앙상한 가지만 내보여 주는 일은 어려운 시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누가 그에게 사랑에 관한 명쾌한 답변을 해줄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길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어려운데, 보이지 않는 사랑에 관한 물음과 대답은 어떨까?

 

사랑이란 애매하고 모호한 개념, 남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는 어려운 감정과 느낌, 속 상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심정, 벌겋게 달아오르는 흥분과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냉정,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관계, 제3자가 끼어들었을 때 타오르는 질투심과 시기심, 이런 모든 것들을 어떻게 말로 설명하고 상대방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처방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사랑에 관한 물음은 사람에게 해서는 도움이 안 된다. 사랑을 묻지 말아라. 사랑은 그냥 혼자서 느껴라. 굳이 사랑에 관해 묻고 싶거든 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라. 산 속의 나뭇잎을 바라보라. 숲 속의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은은한 미소와 정겨운 음성을 떠올려라. 묵묵히 산을 오르며 사랑을 받아 들여라. 그러면 어디선가 사랑에 관한 해답이 들려올 것이다.


 
가져온 곳: [가을사랑]  글쓴이: 가을사랑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