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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야기/사랑학

[스크랩] 결혼의 윤리와 사랑의 모순

충청복지신문 2005. 9. 13. 00:53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을 한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결혼식에 참석해서 구경을 하면서 나는 이색적인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 저 부부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완벽한 한쌍의 부부로 오랫동안 남을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또 다시 같은 부부로 살고 싶은 마음이 남을 것인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날이 갈수록 이혼률이 급증하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결혼식에 가서는 그냥 행복하게 살도록 축복만 해주고 와야 하는데 방정맞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특히 호텔에서 하는 초호화판 결혼식에 가서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결혼식이 별로 순수해 보이지 않기 때문인가?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의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없고 알기도 어렵다. 갖가지 사연 속에 그들은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후회와 한탄, 실망과 좌절 속에서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왜 그럴까? 행복하려고 한 결혼이 왜 불행을 주는가? 결혼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돕고 이해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고 이기적이고 애정이 없게 되면 삭막한 사막이나 황량한 유배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다음에 몇 년이 지나면 이제는 단순한 감정에 의한 연애가 아니라, 상호간에 노력을 함으로써 키워나가는 성숙한 사랑을 해야 할 처지가 된다. 사랑은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쁜 신데렐라가 결혼생활에서 파탄에 이르게 된다든지, 사회적으로 유능한 왕자가 가정에서는 낙오자로 열등생이 되는 사례는 아주 흔한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혼자 잘 났다고 사는 사람과 결혼생활을 하는 일은 아주 힘들다. 견딜 수 없는 질곡이다. 나는 서로가 안맞아 이혼소송를 하는 당사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한 집에서 살면서 몇 달 동안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이혼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부가 따로 자고 따로 식사를 하면서 한 집에서 동거하고 있다.

 

사실 이건 동거도 아니다. 하숙생들도 서로 만나면 인사라도 하고 서로 위로라도 하는데, 이런 부부는 하숙생만도 못하다. 그러면서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 다른 변호사를 만나 서로 이길 전략을 상의하면서 말이다. 적지 않은 변호사 비용을 각자 지출하면서 어떻게 하면 유리한 조건으로 이혼을 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다. 그러고도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 먼저 집을 나가면 소송에서 불리해 질 것을 우려해서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그래도 좋아서 결혼한 것인데, 서로 사랑해서 백년가약을 맺고 친척과 친구들 앞에서 축하를 받았는데 몇 년을 살다가 서로 남이 되고 원수가 되고 고통을 주고 받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악연이 있을까? 한번 돌아 선 마음은 다시 돌이키기가 어렵다. 살면서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남의 일이기 때문에 참고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서로 맞지 않는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간다는 일은 끔찍한 것이다.  

 

마음이 서로 돌처럼 굳어져서 움직이지 않는 부부들에게 봄바람처럼 살며시 찾아오는 사랑이 있다. 막연한 그리움에서 시작해서 아름다움과 멋의 동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새로운 신선함과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을 보여주는 미지의 충격을 느낀다. 그런 이성에게 끌려 마음을 주고 정을 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외도란 진부한 배우자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는 낭만적인 사람이 용기를 가지고 가꾸는 풀밭이다. 집안에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작은 정원이 아닌 들판에는 작고 앙징맞은 야생화가 산들바람에 신기한 모습으로 감성을 자극시키고 있다. 그 자연스러운 풀밭에는 온갖 형태의 사랑이 뒹굴고 있다. 그 향기에 도취되어 오늘 밤도 이들은 감미로운 목소리에 빠지고 서로의 감성을 나누며 교감하고 있다.

 

결혼을 한 배우자에게 부과되는 법적, 도덕적 의무는 아주 무겁다. 배우자 있는 사람은 다른 이성과의 교제를 하는 것도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어 이혼사유가 된다. 더 나아가 육체관계를 하면 간통이라는 형법상 범죄로 처벌까지 받는다. 부부는 동거의무가 있고, 부양의무가 있다.

 

이런 무거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오늘도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이혼이 쉬운 것도 아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혼했다고 해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이혼하는 그 순간부터 후회하고 더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깊이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거나 행복한 사람들이다. 서로가 성격이 잘 맞아 참고 살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행운아들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사랑과 결혼과 도덕적 의무와 일탈의 범위를 잘 생각해 보아야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고 중간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가져온 곳: [가을사랑]  글쓴이: 가을사랑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