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일본-호주(카이저스라우테른, F조)]
일본의 경기이지만 마치 상대가 지난해 월드컵 최종예선서의 북한이라도 되는 것 같이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도 관심을 상당히 끈 경기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뒤 이번 대회 예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전격 사령탑을 맡아 본선 티켓을 따낸 거스 히딩크 감독이 호주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이번에도 한국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직도 일본이 이기는 모습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국민 정서상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후반 막판 대역전극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히딩크 매직'이 이번 대회서 또 다시 재연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석연치 않은 선제골을 먹은 뒤 대기심에게 항의도 오래 하고 현장에 비치된 비디오 리플레이를 억지로라도 보려 하는가 하면 경기 내내 거의 터치라인 부근에 나와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별무 소용이었던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동점이 될 때까지 몹시 답답했을 것이다.
일본의 득점은 필자가 보기에 우선 야나기사와의 오프사이드가 먼저였고 그 상태서 야나기사와가 골키퍼 보호 구역에서 부딪쳤고 곧이어 또 다카하라도 충돌, 심판이 파울을 불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후반 들어 조슈아 케네디, 팀 카힐, 존 알로이시 등 득점력있는 선수들을 잇달아 투입했다. 지친 공격수를 빼고 그 자리에 넣는 식이 아니라 골잡이들은 그대로 두면서 미드필더를 빼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다.
후반에 어렵게 역전승을 거뒀지만 전술적으로 양 팀을 비교했을 때 호주가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두 팀은 초반부터 이번 대회 들어 벌어진 경기 중 가장 강력한 압박을 서로 시도했다.
공격서도 일본은 특유의 조직적인 패스가 수비->미드필드->공격진에 이르기까지 잘 이뤄졌고 호주는 체력을 바탕으로 롱패스와 숏패스를 적절히 섞는 전술이 효과를 거둬 빠른 경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공격의 파괴력에서는 차이가 많이 났다. 일본은 패스에 의한 공간 돌파도 원활했고 슈팅까지도 이어졌으나 완전한 찬스를 못만든 반면 호주는 후반 막판 동점골이 터질 때까지 마무리의 정확도가 떨어져 답답하긴 했으나 허술해 보이면서도 스피디한 경기 운영으로 좋은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내용상 우위였다.
이날 호주의 경기를 보면서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이 연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드보카트 현 감독도 마찬가지이지만 히딩크의 압박 축구가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12일 토고와 첫 경기를 갖는 한국으로서는 초반부터 호주처럼 체력적으로 밀어붙이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비록 더운 날씨가 아프리카에서 온 토고에 유리할지도 모르나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토고전과 같은 시간에 경기를 벌인 일본이 후반 들어 자꾸 뒤로 물러선 것과 같은 모습이 나와서는 안된다. 공격진서부터 상대를 적극 압박하는 한편 기습적인 공격이 가미돼야 찬스가 생길 것이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사진> 거스 히딩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