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서울복지신문

[스크랩] [정명순] 목숨 본문

예술세계/마음의창

[스크랩] [정명순] 목숨

충청복지신문 2006. 6. 18. 01:56

목숨
   - 박진성의 『목숨』에게   /정명순

 


한 목숨을 등에 지고 새벽 산에 올랐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난무(亂霧) 사이로
가장 또렷하게 빛나는 생명이 있었으니
슬픔을 뽑아내 길을 짜고 있는 거미였다

 

허공에 매달린 길, 링거액이 떨어지듯
이슬을 떨구는 28세 젊은 시인이 거기 있었다
통증을 풀어낸 붉은 언어들
아, 목숨이란 시집 한 권의 무게였던가
제 몸에서 뽑아내는 가락 올올히 풀어
수의 한 벌을 짜는 것인가

 

불면의 밤, 발작처럼 짠 시집 한 벌 짊어지고
산을 내려 내려가는 길, 짙은 안개 속
거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