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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복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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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마음의창

[스크랩] [정명순] 호우주의보

충청복지신문 2006. 6. 18. 01:54

호우주의보/정명순

 


무섭게 다가오는 그대
삼켜버릴 듯이 그리하여 다시는 못 볼 듯이
달려와 나를 휘감는다 딱 한 번
본 순간 운명을 바꿔버린 눈 빛
그 때부터였을까
나는 쩍쩍 갈라지는 갈증의 길을 걸었다
기다림으로 일렁이던 물결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처럼
부끄러울 것도 설레일 것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시간이 되어갔다
따가운 햇볕을 온 몸에 가시로 꽂았다 잊었다

 

그대 왜 우는가 변명처럼
상처 난 속살을 파고들며 그대 왜 우는가
만수위에 다다른 그 거침없는 사연은
무엇이란 말인가 난 다시 위태로운 숨질을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다가왔듯이 그렇게 뒷모습을
보이리라는 것, 하여 난 다시 타들어 가리라는
직감이 먼저 번개로 꽂히는데
그대여 이젠 울음을 그치라
그리웠다는 말조차 못하면서
또 다시 그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가슴, 나를 지탱하던 잡초 우거진
언덕배기마저 무너져 상흔만 남는다 해도
너의 울음을 도닥도닥 거둘 수밖에 없는 나는
네게 무엇인가, 터져 나오지 못하는 울음
또 한 켜 저수지 바닥으로 밀어 넣는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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