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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마음의창

[스크랩] [정명순] 구겨진 이름

충청복지신문 2006. 6. 18. 01:57

구겨진 이름/정명순

 


주머니에 가득 받아 넣은 명함들이
세탁기 속에서 너덜너덜 해졌다
화려한 금박의 수식어는 떨어져 나가고
이름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김인지 박인지 성조차 가물가물한
그 사람이 누구였더라
마이크를 독차지하고 고래고래 소리 높이던
그 뚱뚱한 남자였던가
연거푸 술잔을 원수처럼 들이키며
독을 내뿜던 그 사람인가
아니, 점잖게 앉아
세상을 자근자근 도막내던
그 사람일지도 몰라

 

상관없이,
빨래를 할 때마다
몇 사람씩 구겨진다
쓰린 세제와 찬물 속에서
수없이 몸을 닦아, 결국
이름조차 버리고
허름한 옷 한 벌로 남은
새 사람을 만난다

 

출처 : 물앙금시문학회
글쓴이 : 평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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