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술세계/마음의창 (238)
서울복지신문
마음이 예뻐지는 인생차 성냄과 불평을뿌리를 잘라내고 잘게 다진다.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후 깨끗히 씻어 말린다.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토막을 낸 후에 넓은 마음으로 절여둔다. 주전자에 실망과 미움을 한 컵씩 붓고 씨를 잘 빼 낸 다음불만을 넣고 푹 끓인다. 미리 준비한 재료에 인내..
차밭에서 /정명순 절벽을 오른다 한 켜 한 켜 쌓아 올린 발걸음이 길이 된다 길, 위에 길이 그 길 위에 또 하나 길이 하늘로 이어지기까지 그리하여 온 산이 하나의 길탑으로 서기까지 제 살 깎아 옥개석을 올린다 폐허의 허기를 말아 올려 푸른 숨길을 튼다
반지 /정명순 약속이 빙빙 돈다 들어맞지 않는 너의 주위를 미련이, 미련하게 빙빙 돈다 팽팽하던 관계는 점점 야위어 이제는 더 이상 사랑으로든 미움으로든 깊은 자국 하나 남기지 못하는데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습관처럼 붙어있는 사이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난다. 그런데 막상 빼버리려면 걸린다 ..
독주/정명순 창문으로 눈발이 달려든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눈발은 제 무게로 고스란히 쌓이고 옴싹 달싹 못하는 잔가지는 휘청거리며 가늘게 신음을 낸다 신음은 기이한 울음소리로 변하여 창 틈으로 기어 들어온다 눈이 쌓일수록 깊어지는 어둠 한 잔의 술을 마신다 모세혈관..
기다림/정명순 땅속으로 땅속으로 잦아들며 기적소리 유난히 크게 우는 날은 약속처럼 비가 내렸다 온다는 기약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나 간이역도 없는 작은 건널목에 서서 한 번도 멈추지 않는 기차를 보내곤 했다 조용히 제 발등에 낙엽 떨구는 선로 옆 소나무처럼, 떠나 보내는 일이 일..